아카시 세이쥬로는 마유즈미 치히로가 종종 음식을 만들어 줄 때 보이는 뒷모습을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마유즈미는 다른 이들 보다도 남들의 시선에 퍽 예민한 이였기 때문에 아카시가 그런 행동을 보일 때면 하지말라고 몇 번이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것이 아카시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누가 도련님 아니랄까봐. 마유즈미는 속으로 아카시를 향해 마음껏 투덜댔다. 얼굴의 표정 변화가 심하지 않은 것이 이럴 때에는 참 도움이 된다.
아카시, 오늘도 메뉴는 그대로냐. 그는 부엌의 한 쪽에 걸려있는 앞치마를 익숙한 듯 잡아채며 동거인을 향해 물었다. 아카시는 오늘도 부탁드리죠, 라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마유즈미는 황급히 눈을 조리대로 돌렸다. 언제나 느끼는데, 아카시 세이쥬로는 정말로 쓸데없이 잘 생겼다. ……쓸데없는 건 아닌가. 그는 앞치마를 매며 탕두부의 레시피를 머릿속에 하나 둘 나열했다.
사실 탕두부는 일반 가정에서 해먹기엔 꽤 고급스러운 음식이다. 집에서 하라면 못할 것이야 없지만, 아무래도 그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할까.
그래서 마유즈미는, 아카시가 그에게 탕두부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을 때 맨 처음에는 못 하겠다며 거절을 했었다. 선배가 만들어 주는 게 먹고 싶습니다만… 안 될까요?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그 때 상황을 떠올리다 고개를 저었다. 얼굴을 무기로 사용하는 광경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다니. 한숨이 탕두부가 끓고 있는 냄비 위로 내려앉았다.
"아카시. 이번에도 역시… 맛은 보장 못한다."
"괜찮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만족스러워요."
탕두부가 담긴 냄비를 식탁 위에 내려 놓은 마유즈미가 무슨 말이냐는 눈으로 아카시를 보았다. 아카시는 마유즈미가 입은 앞치마를 가리켰다.
"잘 어울리네요. 그 앞치마."
마유즈미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앞치마를 벗을까 5초 정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어쩐지 후배의 유희를 위해 반쯤 이용당한 기분이 진하게 든 까닭이었다.
2. 운전면허를 딴 마유즈미로 적먹
면허를 딸 수 있을 시점이 되자, 마유즈미 치히로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운전 면허를 땄다. 개인 소유의 차는 아직 없었지만, 그래도 면허를 취득했다는 사실 자체가 뿌듯했다. 마유즈미는 갓 받아온 면허증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성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증표가 하나 더 늘었다. 차는 나중에… 부모님께 하루 정도 빌려볼까. 아들이 연습을 한다는데 빌려주시겠지. 음. 그는 이후의 계획까지 모두 정해놓은 뒤, 홀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시 세이쥬로가 마유즈미의 면허증을 발견한 것은 약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선배, 면허 따셨어요?"
우연찮게 책상 위에 놓여있던 면허증을 발견한 아카시가 그것을 집어들었다. 마유즈미의 학생증에서 보던 증명사진과는 영 다른 사진이 면허증에 인쇄되어 있었다. 그 사진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어느새 다가온 마유즈미가 아카시의 손에서 면허증을 뺏어들었다.
"어, 아직 차는 없지만."
"사진도 새로 찍으신 것 같네요."
"원랜 학생증 사진으로 하려고 했는데, 어려보이면 안 된다고 해서 하나 찍었지. 왜."
"아뇨…, 못 보던 사진이라 그런 겁니다."
아카시는 면허증과 마유즈미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다 이내 짧게 웃으며, 사진보다는 실물이 낫네요, 했다.
원래 이런 놈인 건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공격 아닌 공격을 받은 마유즈미가 약간 붉어진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덕분에 사진 줄까, 하고 물어보려던 것도 그만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