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오 카즈나리는 종종 아카시 세이쥬로가 미도리마 신타로를 경계할 때면 어쩐지 말로는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지금도 그렇다. 그는 자신의 옆과 앞에 있는 아카시와 미도리마를 번갈아 보았다. 어쩌다 이렇게 모이게 되었는지, 이유가 짐작은 가지만 굳이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지금 이 분위기, 나만 곤란해 지는 거 아니냐고─. 타카오는 난감한 듯 웃었다.
시작은 이러했다. 모처럼 혼자 보내는 휴일을 만끽하기 위해 TCG샵에 가던 타카오에게 아카시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볼 수 있겠냐는 말에, 타카오는 오늘도 데이트? 어제도 봐놓고서, 하며 킥킥 웃었다. 어제도 밤까지 붙잡고 안 놓아주려 했으면서. 그런 말을 덧붙이며 타카오는 곧 가겠다고 했다. 아카시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도쿄에 일이 있다더니, 언제까지 있을 생각인 거지? 그런 의문도 함께였다.
"에, 신쨩까지 있어? 테이코 동창회라면 나는 빼줘─."
그리고 카페에 도착한 타카오는, 예상 외의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너라는 게야, 타카오."
"그래, 그건 신타로의 말이 맞으니 일단 앉도록 해."
두 쌍의 눈동자가 일제히 타카오에게 다가와 멎었다.
……어라? 나 어디 앉아야 하지. 자연스럽게 미도리마의 옆에 앉으려던 타카오가 멈칫했다. 카즈나리, 네 자리는 여기야. 그와 동시에 아카시가 자연스레 팔을 뻗어 타카오를 그의 옆에 앉혔다.
그 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아카시가 미도리마를 경계하고, 미도리마는 짜증을 감추지 않던 것이 말이다. 이거 커피가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전혀 모르겠잖아. 타카오가 속으로 불만을 터트렸다. 아카시와 미도리마는 또 무언가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평소의 두 사람을 생각해보면 전혀 떠올릴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러다 두 사람이 한꺼번에 타카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카즈나리." / "타카오."
"어, 응? 왜 그래?"
"나야, 신타로야." / "나와 아카시 중 누굴 선택하겠냐는 것이다."
…………?
타카오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2. 녹고 : 선잠 자는 미도리마를 놀래키는 타카오
미도리마 신타로는 잠자리를 가렸다. 익숙한 곳에서는 편히 잠을 이뤘지만, 낯선 곳에서는 쉽게 잠을 자지 못했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에도 마찬가지여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고 있을 때에도 미도리마는 홀로 깨어 바깥을 바라보고는 했다.
그래서 타카오는 눈앞의 상황이 퍽 낯설었다. 바깥에서 자고 있는 미도리마라니, 선배들에게 말하면 바로 뻥치지 말라는 반응이 돌아올 것만 같은 상황이다. 사진이라도 찍어둬야 하나? 그러다 신쨩이 깨면 어쩌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팽팽 돌아갔다. 으-음. 타카오는 양손에 음료수 캔을 하나씩 든 채로 꽤 깊게 잠이 든 것 같은 미도리마를 응시했다.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 캔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음, 이렇게 깨워볼까. 잠자는 숲속의 왕자님은 원래 키스로 깨워야 마땅한 일이겠지만, 지금은 낮인데다가 사람들이 볼지도 모르는 바깥이니까. 타카오는 무언가 즐거운 일을 꾸미고 있다는 듯 신나게 웃었다.
미도리마의 앞에 서 있던 타카오가 곧 벤치의 뒤쪽으로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발소리에 깨지는 않을까, 호크아이로 미도리마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미도리마는 여직 자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어제는 웬일로 밤을 꼬박 지새웠다고 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신-쨩. 타카오가 미도리마를 내려다보며 씩 웃었다.
곧, 차가운 음료수 캔이 미도리마의 양 뺨에 안착했다.
"……타, 카오?!"
"신-쨩! 나한테는 심부름이나 시키고, 신쨩은 편하게 자고 있던 거야? 카즈나리 군 조금 실망했어요~"
생각한 것보다도 많이 놀란 것인지 미도리마에게선 쉬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어, 신쨩? 타카오가 미도리마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신쨩이 자고 있는게 너무 잘생겨서 그만 장난을 쳐버렸지 뭐야. 혹시나 화가 났으면 어쩌나 싶어, 타카오는 변명도 뒤에 덧붙였다.
"장난도 장난 나름이 아닌가…. 놀라서 그대로 넘어졌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던 건지 궁금해지는군."
"에-이, 신쨩이 그럴 리가! 진짜 그랬더라면… 음, 학교에서도 신쨩을 업고 다니나?"
그 말에 딱딱하게 굳어 있던 눈이 일순간 풀렸다. 오늘은 무사히 넘어가주는 거려나, 신쨩. 타카오는 조금 안도하며 냉큼 미도리마의 옆에 앉아 그의 손에 캔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네 입맞춤이면 충분해."
"……저기, 신쨩? 여기 공원입니다만. 사람들도 다니고."
"지금은 아무도 없지 않나. 얼른 하지 않으면 네가 걱정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게야."
결국 타카오는 미도리마가 원하는 대로 친구 겸 파트너 겸 애인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