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 세이쥬로와 마유즈미 치히로가 모두 20대에 접어든 이후, 두 사람은 1년에 한 번씩은 꼭 함께 여행을 갔다. 겨울이 될 때도 있었고, 봄이 될 때도 있었는데, 올해는 가을이었다.
게다가 올해의 목적지는 교토. 두 사람의 모교인 라쿠잔이 있는 곳이다. 마유즈미는 창가쪽 좌석에 앉아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보며 교토로 가는 것이 얼마만이더라, 하고 날짜를 헤아렸다. 그의 가족들은 교토에 있지만, 그는 학교와 직장을 모두 도쿄에 구해버린 까닭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고향에 몇 번 찾아가지도 못했던 것이다.
마유즈미 씨. 옆에 앉은 아카시가 그를 불렀다. 아카시는 그가 대학생이 된 다음부터, 선배 대신 씨 라는 호칭을 성 뒤에 붙여 불렀다. 차라리 선배가 더 나을 것 같지 않냐. 그렇게 말해보기도 했지만, 아카시는 고개를 저었다. 이쪽이 제가 더 편해요. 가끔 마유즈미 씨를 이름으로 부르는 때도 있겠지만…….
교토에 가는 건 오랜만이죠. 평이한 목소리가 질문을 해왔다. 마유즈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만이지? 마유즈미 씨나, 저나, 년 단위예요. 그랬던가. 그는 신칸센에 타기 전에 샀던 음료수의 뚜껑을 열어 가볍게 목을 축였다. 아카시의 눈이 제 손끝에 와 닿았다. 그는 손을 비스듬히 틀어 그 시선을 반쯤 떨궈냈다. 그렇게 보고 있지만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니까. 마유즈미가 무심한듯 툭 내뱉었다.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 처음 가는 겁니다. 담담한 말에 오히려 마유즈미가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뭐? 아버지와 사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러니까… 일종의 결심같은 겁니다. 마유즈미는 아주 약간 벌어져 있던 입을 다물었다. 저 녀석은 가끔, 일반인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을 한단 말이지. 한숨이 조금 나왔다.
결국 마유즈미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자신을 보는 아카시에게 여행이나 잘 하고 오자며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