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즈미 치히로는 아카시 세이쥬로와 불건전한 목적의 교제를 시작하고나서부터 종종 뜻밖이라고 생각될만한 것들을 종종 받았다. 아카시는 자신이 직접 고른 물건들을 건네주며 그것을 선물이라 했다. 후배가 주는 것을 거절할 수는 없었으므로 마유즈미는 아카시가 자신에게 내미는 것을 고맙다는 말과 함께 받아 가방에 넣었다. 아카시의 선물은 종류가 퍽 다양했다. 마유즈미의 취향을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산물인 것 같기도 했다.
마유즈미는 집으로 돌아와 그간 아카시가 준 것들을 책상 위에 두 줄로 늘어놓았다. 가장 먼저, 라노베가 보였다. 하지만 그 라노베는 자신의 취향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었으므로 한 번 들춰보고는 더 보지 않았다. 그리고 라노베의 옆으로는 요새 베스트셀러로 유명하다는 책이다. 이쪽은 관심이 가서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책 옆에는……. 마유즈미의 눈이 물건들을 죽 훑었다. 공교롭게도 베스트셀러 한 권을 제외하고는 그의 마음에 드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후배에게 이제는 좀 진심이 담긴 감사인사를 하고 싶은데. 변화가 거의 보이지 않는 얼굴 아래로 난감함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아직 자신의 취미를 아카시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런 대화를 할 틈도 없이 선물만 줄곧 받아왔기 때문도 있지만, 자신 쪽에서도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있다. 이런 비일상적인 전개는 내 인생에 안 일어날 거라 생각했거든. 마유즈미는 머릿속으로만 투덜댔다. 그는 책상 위에 늘어놓았던 후배의 선물을 빈 서랍 한 쪽에 차곡차곡 넣고 서랍을 닫았다.
마유즈미는 핸드폰을 비롯한 전자 기기의 사용에 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신저를 사용하는 것까지 익숙한 것은 아니다. 그의 후배는 상당히 넓은 인간관계를 구축해온 모양이지만, 마유즈미 치히로라는 인간은 본래부터가 좁고 깊은 인간관계에 최적화되어있다. 그러니 메신저 자체를 사용할 일도 적은 것이다.
내가 왜 후배 하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냐. 이번에는 투덜거림에 소리가 섞였다. 그는 핸드폰 액정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서랍 속에 넣어둔 선물들을 한 번 떠올렸다. ……. 아무리 나라도 받은 은혜 정도는 갚을 줄 아니까 말이야. 딱히 누군가에게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지만, 어쩐지 그렇게 말하니 스스로가 조금 뿌듯해졌다. 아주 조금.
[후배.]
[네, 마유즈미 선배.]
[할 얘기가 있는데.]
[보고 있으니 편하게 말해주셔도 됩니다.]
답장의 속도는 빠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느리지도 않다. 말풍선 옆의 1이 모두 사라진 대화창을 보며, 그는 아카시의 마지막 말에 대해 고민했다. 대체 저 여유로운 태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역시 도련님이라 그런가. 그게 아니라면 그냥 사람을 대하는 교육을 줄곧 받아오기라도 했나? 그런 비현실적인 일이…… 아니, 저 도련님이라면 가능할지도.
액정 위에 멈춰있던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선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이참에 취미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두면 앞으로는 조금 더 편해지겠지. 어느 쪽이든 간에.
[지금까지 준 선물, 그거. 넌 대체 운동계 남학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거야?]
[운동계라 해도 다 같은 학생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학생이 향수를 쓰는 거 봤어?]
[저는 아니지만 주변에 쓰는 사람이 있어서, 무심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버렸습니다. …곤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곤란한 것까진 아닌데… 야, 잠깐만, 그렇게 침울해버리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잖아.]
[아닌가요?]
마지막 답으로 돌아온 문장을 보며, 마유즈미는 어쩐지 아카시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텍스트의 나열이니 실제로는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 대화하다가는 말려버릴 게 눈에 훤하다. 마유즈미는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아무리 봐도 지금 네가 나한테 이것저것 주는 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런 것 같은데. 맞아?]
[역시, 알고 계셨군요.]
정확히는 몇 번 받다 보니 알게 된 거긴 하지만. 그는 굳이 그 사실까지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너보다 2년 오래 살았다. 모를 리가 있겠냐.]
[그렇네요.]
[그래서 말인데, 이참에 말해줄까 하고.]
그 말을 보내고 나서, 마유즈미는 아주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곧, 그는 라노베나 오버클럭이나 장르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똑같이 취미 선상에 둘 수 있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세상에는 다양한 취미가 있잖아. 손가락을 움직여 문장을 쳐냈다.
[오버클럭 자주 해.]
그리고, 아카시에게서는 답이 오지 않았다. 대화중에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엇이었는지 찾고 있는 모양이다.
답장은 10분 후에 왔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마유즈미 선배가 좋아하실만한 것으로 준비해보죠.]
[기대해도 되냐.]
[네. 그 대신, 저도 선배에게 하나 받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선배의 첫키스를 받고 싶습니다.]
마유즈미가 황망하게 핸드폰을 보고 있자, 그가 그럴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아카시의 말이 하나 더 떴다.
[주신다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내일 뵙죠.]
야, 잠깐…. 이거, 그러니까, 지금 나랑 진도 나가고 싶다는 얘기냐? 그런 거야?
그리고 다음날, 마유즈미는 아카시에게 오버클럭에 필요한 부품들을 종류별로 받은 뒤…… 그대로 첫키스를 빼앗겼다.
덧붙임
과자킁을 위한 적먹 꽁냥~ 교제를 시작하고 난 뒤의 극초반. 그리고 아카시가 준 향수는 남성용 향수 중에서도 마유즈미에게 어울릴만한 걸 고르고 골라서 준 거면 좋겠다.
과자킁 고마워S2
그리고 내 안의 오레시는 마유즈미에게 존댓말을 쓴다 'ㅅ')/ 농구부 일도 아니고 그냥 단순히 선후배 관계 사이로 만나는 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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