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비행기는 몇 번이고 하늘을 날아 저 편으로 향했다. 비행기의 항로 중 세이린의 위를 바로 지나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어디론가로 떠나는 비행기를 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집에 가는 길에서 콩만큼 작은 크기의 비행기를 볼 수 있는 날도 있기는 했다. 한 달에도 두어번 있을까 말까 한 날이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그 날에 속했다.
어이, 잘가라. 그래. 잘가! …요. 안녕히 가세요. 농구 연습을 끝마치고 큰길까지 걸어온 부원들이 하나 둘씩 흩어졌다. 휴가 쥰페이는 그런 후배, 또는 친구들의 모습을 눈에 담다 이내 몸을 돌렸다. 횡단보도는 아직 녹색 불이 켜지지 않은 채다. 꼿꼿하게 서 있는 등 너머로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는 콧잔등으로 미끄러진 안경을 다시 제자리로 밀어 올렸다. 영 익숙해지지 않는데, 이거. 혀 차는 소리와 함께 눈 사이가 살짝 구겨졌다.
보통 농구부원들과 함께 나오곤 하는 아이다 리코는 감독으로의 일이 남아 늦게 간다고 했다. 그리고 거의 매일 빠짐없이 같은 방향으로 가던 키요시 텟페이는─그는 무심코 눈을 위로 올렸다. 비행기가 보였다. 이런 식으로 생각과 현실이 연결되는 건 썩 달가운 일만은 아닌데. 그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그 사이 횡단보도의 불은 녹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윈터컵이 끝났다. 많은 일이 있었다. 농구 잡지의 인터뷰들도 여럿을 소화해내야 했고, 그 일이 끝난 후에는 다시 평범한 날들로 돌아와 농구 연습을 하다, 무릎 치료를 위해 동료─키요시 텟페이를 미국으로 떠나보냈다. 정확히는 그가 자신의 의지로 간다고 한 것이지만, 휴가는 끝까지 그의 미국행에 그 자신의 의견 또한 포함되어 있다고 여겼고 그렇게 행동했다.
키요시, 너 미국에 왜 간다고 했냐? 연습이 끝난 뒤, 락커룸에서 짐을 챙기던 휴가가 물었다. 그 질문에 휴가보다 한 발 앞서 짐을 챙긴 키요시가 반쯤 맹한 얼굴로 답했다. 당연한 걸 묻네, 휴가. 다리 치료때문. 정말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주듯 말하는 친절한 목소리는 갑작스레 끼어 들어온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뚝 멈췄다. 그거. 열린 락커의 문 너머로 삐죽 얼굴을 내민 휴가 쥰페이가 반쯤 표정을 찌푸리고 마저 말했다. 내가 허락해줘서 가는 건 줄 알아. 내가 반대했으면 너, 미국에 못 갔어.
뜬금없이 뚝 떨어진 말에 키요시 텟페이의 표정이 어리둥절하게 변했다. 나 몰래 너희들끼리 무슨 투표라도 한 거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휴가는 태연스레 대답했다. 어, 만장일치 아니면 안 보내는 걸로. 탕, 락커문이 닫혔다. 물론 그건 뻥이지만, 휴가는 그 뒷말을 슬금 속으로 다시 삼켰다. 키요시 텟페이는 곧 언제나처럼 싱글 웃었다. 허락해줘서 고마워. 담백한 대답이 돌아왔다.
뭐 저런 놈이 다 있냐. 새삼스럽게 드는 생각을 무시하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갈 때 저녁 사. 가는 건 난데…? 그러니까 사라고. 이 때 아니면 언제 얻어 먹냐, 멍청아! 기어이 목소리 끝이 올라갔다. 키요시는 조금 놀란 얼굴을 하다가도, 어쩔 수 없지, 하며 금세 사람 좋은 표정으로 되돌아 와서는 뭐 먹고 싶어? 하는 말들을 줄줄 내뱉었다. 누군 불안해 죽겠는데, 저렇게 태평하다니. 슬슬 짜증이 났다.
결국 그 날 저녁은 누가 사는 일 없이 각자 돈을 내는 것으로 합의했다. 너 미국가서도 그렇게 사람 좋게 웃고만 있다가는 호구 잡힌다. 걱정이 많아, 휴가…. 그럼, 안 하게 생겼냐? 그 말에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멈췄다.
휴가. 키요시 텟페이가 웃었다. 왜. 휴가 쥰페이는 눈을 찌푸렸다. 다녀와서, 다시 농구하자. 안경 너머의 눈이 조금 커졌다. 대답을 해야 할 상대가 말을 잃은 덕분에 한동안 대화는─
다음의 우승컵도 갖고 올 테니, 빨리 돌아와. 주장의 명령이다.
키요시 텟페이는 자신보다 조금 아래에 있는 휴가 쥰페이의 눈을 마주 보았다. 언제나와 같이, 그 눈은 곧다. 떨리는 일도 없다. 그래서 주장에 너를 추천한 거였지. 그는 손을 뻗어 그보다 작은 주장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기대하고 있을게. 말의 끝으로 웃음이 묻어나왔다.
비행기가 지나간 지는 꽤 되었다. 휴가 쥰페이는 부지런히 걸어 집에 도착했다. 지난 번의 연락에 답 메일이라도 보내둘 생각이었다. 낯간지러운 말이 포함 될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