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의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갑니다
키요시 텟페이는 뭐든 하는 일마다 내 신경을 긁어놓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가장 사소한, 좋아하는 간식의 취향부터 시작해서 이상형에 관한 문제라던가, 농구에 관한 마음가짐의 차이라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눈치가 있냐 없냐의 문제라던가. 하나하나 꼽아보자면 정말로 내가 입이 아플 만큼 말해도 모자를 정도다. 그런데도 나는, 꽤 이상하게도 키요시와 그런대로의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다. 정말로 친하냐 하고 물으면 오히려 그건 아니라고 대답하겠지만, 친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조금은 친한가? 하고 스스로 물어볼 즈음은 된다는 얘기다. 대체 이 미묘한 관계는 어디서부터 정립된 건지 모르겠다. 농구를 하자고 따라다녔을 때부터? 그 때는 마냥 귀찮았으니 패스. 그렇다면 농구부를 만들어 연습을 하기 시작했을 때? 아, 그 때도 좀 때려버리고 싶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저 놈의 실실 웃는 면상을 안 때리고 싶었던 적이…… 없네? 그래,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 키요시놈 잘못이다. 안 그런 척 하면서 사람 속을 슬 긁는 게 말이야, 아주, 응, 별 다른 생각 없이 행동하는 건 알겠는데 엄청 짜증난다고. 그러고 보니 실제로 키요시 앞에서 짜증난다고 말해버린 적도 있다. 생각만 하던 게 내 부주의로 입 밖으로 새어버린 거긴 했는데, 다행인지 아니면 눈치가 없는 건지 키요시는 내 말을 듣고도 영 다른 대답을 했었다. 그 날이 마침 다른 학교와 연습 경기가 있었던 날이었나, 그래서 그 팀의 플레이가 짜증났다는 것으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정도면 눈치가 없어도 아주 없다고 봐야 하지 않나? 그런 주제에 또 이상한 곳에서는 눈치가 좋다. 특히나 농구에 관련된 일에는 말이야……. 그런 점은 나쁘지 않다고는 생각하는데, 뭐, 그런 긍정적인 평가를 입 밖에 낼 거 같냐! 그런 걸 말할 바에는 차라리 전국무장 피규어를 하나 부러트…………아니, 둘 다 무리. 어쨌거나 그만큼 말하기 싫다는 거니까! 애초에 말이야 내가 왜 키요시놈에 대해서 이딴 고찰이나 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이게 다 기껏 병문안을 와줬더니 자고 있는 키요시 텟페이놈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미토베나 코가나 츠치다나…… 나 말고도 시간이 넘쳐나는 놈들을 대신 보낼 걸 그랬다. 아직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이니까 연습하는 날 말고는 다들 빈둥빈둥 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럼 내가 왜 간다고 했지? 리코가 가라고 해서… 이건 전에 왔을 때의 이유였고, 키요시가 내가 보고 싶다고 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이건 그 전에 왔을 때의 이유였고, 그리고 전에는―.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생각해내라, 나! 아무리 내가 공부를 못…아니 조금…아니…………아, 진짜 바보같다……. 키요시놈이 자고 있지만 않았더라도 한 대 패거나 발로 차거나 등짝을 때리거나 얼굴을 잡아당기거나 해줬을 텐데. 아직도 자고 있냐?! 이제 좀 그만 일어나지 그래? 정말 심심하다. 야, 키요시. 자냐? 자는 척 하는 거면 나중에 리코 특제 영양식을 잔뜩 들고 와서 먹일 테니까 각오해라. ……아직도 숨소리가 큰데. 1인실이라서 그런가. 1인실……, 병실이 이렇게 넓었나? 지난번에는 그렇게 크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달리 읽고 있는 책 같은 것도 없어 보이고, ……아, 화투패는 왜 나오는 건데?! 할아버지냐? 할배 취향이야?! 처음 보는 건 아닌데, 아, 볼 때마다 대체 이런 걸 왜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할배같은 자식아……. 아무리 같이 하자고 해도 안 해줄 거니까 나중에 깨서 내 눈앞에 들이밀지만 마라. 미토베나 이즈키라면 잘 놀아줄 지도 모르니까 걔네 왔을 때 해, 걔네랑. 그래서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어쩌다 온다고 했는지 고민하고 있었나……. 그런데 이미 온 시점에서 이유를 찾아봤자 별 소용이 없는 거 같기도 하고, 고민하다가 쓸데없는 것까지 알아버리게 되면 더 귀찮아 지니까. 그냥 저 놈 깨어나는 거나 기다릴까. ………………. 아, 좀이 쑤신다. 휴대용 게임기나 갖고 올걸 그랬나. 사다두고 아직 손도 못 댄 전국무장 게임이 있는데. 진짜…… 심심하다……. ……. 새삼스럽게 생각하는 거지만, 필요 이상으로 손이 크다. 저 손 덕분에 작년의 윈터컵에서는 몇 번이고 도움을 받았던 것 같지만― 그런 플레이가 있을 때마다 뭐라고 했더라, 내가. 혼자서 버티지 말라고 했던가, 수고했다고 한 적도 있고, 하이 터치로 말을 대신한 때도 있었는데…… 정작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 플레이덕분에 팀이 위기에서 빠져나온 적이 꽤나 많았는데도! 이야, 나 참 주장 자격 없는… 다른 녀석들한테도 그런 얘기 한 적 없으니까 그냥 원래 그런 거라고 쳐. 그래, 그게 좋겠다. …………이런 식의 자기합리화는 좀 안 좋을 거 같기도. 게다가 이런 합리화 할 필요도 없는 거잖아?! 고민하는 건 나밖에 없고, 정작 원인이 된 놈은 저기 잘 퍼질러 자고 있고! 왜지? 아 이거 엄청나게 손해 본 기분인데 당장 저 놈을 깨워서 패지 않으면 뭔가 안 풀릴 거 같기도 하고 대체 왜 하나하나 신경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내가 이상한가 평소엔 이런 것들 생각조차도 안 했는데 오늘은 어째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생각들 사이로 답이 하나 나왔다. 그런데 이거 진짜 나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내가? 내가 진짜? 내가 키요시를? 저 눈치 없는 키요시 텟페이를? 어?
그리고 여직 자고 있을 키요시를 보기 위해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나를 보고 있는 키요시 텟페이와 바로 눈이 마주쳤다. 대체 왜? 키요시가 가까이 다가와 어디 아픈 거냐며 이마를 짚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짚으려고 했다. 키요시가 내 쪽으로 몸을 숨긴 그 순간에 나는 손을 들어 반사적으로 놈의 얼굴을 짚고 반대쪽으로 세게 밀쳐버렸다. 의식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정말로 반사적으로, 본능적으로! 그랬는데, 키요시는 몸에 힘을 하나도 주고 있지 않았던 건지 내가 미는 대로 넘어가 침대 아래로 큰 소리를 내며 굴러 떨어졌다. 아, 미친……. 황급히 일어나 침대 아래를 보면 자긴 아직 환자라며 끙끙대는 키요시 텟페이가 있다. 몸이 구겨진 채로 일어나기 위해 용을 쓰는 걸 보고 있자니 도와달라고 손을 좀 뻗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키요시의 멍청해 보이는 얼굴을 보았다. 배배 꼬인 감정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부글대며 끓는다.
진짜 내 머리 어느 한 군데가 돌아버린 거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내가 저 놈을 ㅈ………… 아, 잠깐만, 이건 아냐, 설마 그런 거일 리가…….
…………미치겠네, 진짜!
덧붙임
내가? 내가 키요시를?
미친
잠깐만
어
(이하생략) 의 흐름으로 생각이 흘러가서 눈앞의 키요시를 한대 패는 휴가가 보고싶다
-> 라고 썰을 풀었다가 보고싶어서 그만... 일목 맞습니다 저는 이런 일목도 좋아합니다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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