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려, 결국 오늘 있던 경기까지 취소되어버렸다. 덕분에 키요시를 비롯한 투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몸을 푸는 대신 경기장 안쪽의 불펜에서 공을 던졌다. 타자들은 다른 곳에서 연습을 했다. 얼마나 공을 던졌을까, 키요시가 투구하던 것을 멈추고는 공을 쥔 손을 아래로 내렸다. 오른팔이 힘없이 떨어졌다.
"으─음, 아픈데."
그는 끼고 있던 글러브를 벗고, 그 손으로 팔꿈치 부근을 가볍게 쥐었다. 수술은 무사히 잘 끝났고 재활 또한 그랬지만, 가벼운 후유증인지 무엇인지 팔꿈치는 비가 오는 날만 되면 어김없이 콕콕 쑤셔왔다. 오늘도 그랬다. 그는 몇 번 더 팔을 매만지다 근처에 서 있던 투수코치에게로 다가갔다.
코치님, 죄송하지만……. 멋쩍게 웃으며 말을 맺자, 코치는 팔이나 잘 챙기라며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어차피 연습도 거의 다 끝났어! 그는 호쾌하게 웃었다.
경기장에 딸린 치료실은 그리 멀지 않았다. 키요시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그가 속한 팀의 홈이라는 것에 안도했다. 원정이었더라면 아마 따로 병원을 가보거나 해야 했을 텐데. 이내 치료실 앞에 다다른 키요시는 노크를 세 번 하고 들어오라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치료실 안으로 몸을 들였다.
"어라, 키요시네."
이미 치료실에는 낯익은 손님이 한 명, 먼저 와 있었다. 키요시는 그 손님이 누운 옆 침대에 걸터 앉으며 인사를 건넸다. 네가 치료실에 오다니, 별 일이네. 달리다가 삐었구. 불만에 가득찬 목소리가 툴툴대며 이어졌다. 이게 다 키세칭 때문이야.
내용인 즉 이러했다.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중견수 겸 3번 타자인 키세 료타가 무라사키바라의 과자를 빼앗아 도망치다가(이 부분에서 키요시는 키세의 배짱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빗물에 미끄러져 발을 접질렀다는 것이었다. ……뭔가, 굉장히 어이 없는 이유네. 한참 뒤에야 키요시는 그렇게 대답했다. 코치님한테 안 혼났어?
"……."
무라사키바라가 입술을 삐죽댔다. 혼났네.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은 키요시가 몸을 조금 숙여 손을 뻗었다. 손 끝으로 무라사키바라의 머리카락이 스쳤다. 그대로 그는 무라사키바라를 몇 번 쓰다듬어 주고는, 키세가 잘못했네, 했다. 그러자 무라사키바라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키요시도 그렇게 생각하지? 키세칭이 먼저 잘못한 거지?"
"어어. 네 과자는 뺏으면 안 된다는 건 키세도 알고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코치님은 나를 더 혼냈구……."
그거야 선수는 몸이 생명이니까…. 이렇게 대답하면 무라사키바라가 또 삐죽댈 게 분명하므로, 키요시는 그것까지는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