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라사키바라와 키요시가 모두 야구선수라는 설정입니다
고교 야구계에서 키요시 텟페이의 이름은 그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유명했다. 세이린의 키요시 텟페이라 하면 어지간한 고등학교 야구부는 물론, 프로야구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도 한 번 이상은 들어봤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다.
그러나 그는 무리한 투구 탓에 팔꿈치 부상을 얻었고, 그 부상으로 인해 프로야구팀에 입단한 뒤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한 때는 고교 야구, 나아가서는 훗날 프로야구에서도 전천후 활약을 펼칠 유망주로 꼽혔던 키요시 텟페이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갔다. 혹자는 그가 여타 신고 선수들 마냥 구단에서 곧 방출될 거라 말하기도 했다.
키요시 텟페이는 그저 묵묵히 치료와 재활에 집중했다. 그도 그를 두고 바깥의 사람들이 무어라 말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더 노력해야만 했다. 마운드 위에서 예전마냥 공을 던질 수 있을 때까지.
* * *
키요시 텟페이는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에 선발 투수로 서게 되었다. 구단에 입단한 것은 2년 전이지만, 실질적인 데뷔는 이 경기에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래도 데뷔전이 개막전인 건 너무하지 않나요, 감독님…. 그는 잔디가 가득 깔린 그라운드를 보며 긴장을 풀기 위해 숨을 몇 번 끊어 내쉬었다.
“키요시, 뭐하구?”
조금 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키요시는 잔뜩 긴장한 얼굴 위로 겨우 웃음을 띄우고는 상대가 있을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같은 팀 동료인 무라사키바라 아츠시가 야구 방망이를 어깨에 아무렇게나 걸친 채 삐딱하게 서 있었다. 키요시는 어깨를 으쓱였다.
“데뷔전이잖아. 잘 할 수 있을지 좀 걱정 돼서.”
“신기하네―, 걱정 같은 거 하나도 안 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도 사람이니까 말이야…….”
한 쌍의 눈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그라운드를 둘러싼 관객석에는 이제 개막전을 기다리는 이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키요시의 시선을 따라 무라사키바라도 느릿하게 저편을 눈에 담다, 이내 자신의 옆에 있는 오늘의 선발 투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하던 대로만 하면 적어도 망하진 않을 거구.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게 뭐야.
“당신이 적당히 잘 던지기만 하면 나머지는 내 할 일이잖아―?”
어딘가, 반쯤 자신감이 섞인 것 같기도 했다. 키요시는 눈을 깜박였다. 무라사키바라가 귀찮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당신 재활하고 연습할 때 공 받아준 게 누구라고 생각해?”
“음. …너지?”
“그러니까 말하는 거구. 키요시 공 꽤 쓸 만하니까―.”
“설마 그거 잘 하라고 응원해준 거야?”
“눈치도 더럽게 없구!”
무라사키바라가 일순간 빽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덕 아웃에 있던 몇몇 선수들의 눈길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로 엉겨 붙었다. 키요시가 뒤늦게 웃었다. 무라사키바라를 위해서 열심히 해 볼게.
원래는 아래 버전으로 쓰고 있었는데,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잘랐습니다 (mm )
고교 야구계에서 키요시 텟페이의 이름은 그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유명했다. 세이린의 키요시 텟페이라 하면 어지간한 고등학교 야구부는 물론, 프로야구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도 한 번 이상은 들어봤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다.
세이린 고등학교 야구부의 4번 타자, 선발 투수, 그리고 에이스. 선수층이 두터운 야구 강호교라면 한 선수가 투타 모두를 맡는 일은 없었을 터이지만, 세이린은 그렇지 않았다. 신생교였던 탓에 선수층이 얇아도 너무 얇았던 것이다. 그래서 세이린에는 키요시 말고도 투타를 겸하는 선수가 적어도 둘은 더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키요시만큼 실력이 좋지는 않았지만.
세이린 고등학교는 키요시 텟페이가 3학년이 되던 해, 고시엔 결승에 진출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신생교의 돌풍이었다. 모든 이들이 그들에게 주목했다.
하지만 세이린 고교 야구부의 선수들은 모두가 지쳐있었다. 키요시 텟페이도 마찬가지였다. 여기까지 온 이상 우리가 노리는 건 단 하나, 우승밖에 없어! 결승전이라는 중압감에 짓눌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몸만 푸는 선수들을 보며 그들의 어린 감독이 외쳤다. 마지막이야. 감독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 웃음 역시 긴장으로 끝이 살짝 떨리고 있었으나, 그녀는 아닌 척 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결승전은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상대 팀의 선발 투수와 세이린의 선발 투수―키요시 텟페이의 결승전 피안타는 8회 말까지 양측의 것을 모두 합쳐도 네 개가 넘지 않았다. 결승전치고 보기 드문 양상이었다.
9회 말,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가 남았다. 점수는 2-1, 주자는 1루. 세이린의 우세였다. 키요시 텟페이는 마지막의 공을 던지기 위해 글러브를 손에 고쳐 꼈다. 팔꿈치 부분이 욱신댔다. 이를 악물었다. 조금만 더, 딱 이 하나만…! 그는 필사적으로 타자를 향해 투구했다.
그러나, 통증으로 인해 공이 바로 날아가지 못했다. 던지려던 궤도와는 확연히 다른 궤적을 그렸다. 명백한 실투다. 키요시 텟페이는 공이 타자에게로 향하는 그 짧은 시간에, 저 타자는 이 공을 반드시 쳐서 넘길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그것은 틀리지 않았다. 공이 방망이에 맞는 소리가 구장을 울리고, 뒤이어 함성이 여기저기에서―.
세이린 고교 야구부는 고시엔 결승전에서 패배했다.
* * *
고시엔 이후 몇몇 스카우터들이 세이린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은 키요시의 팔 상태를 듣고는 하나같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 버렸다. 그들은 바로 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한 것이지, 부상을 달고 있는 선수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키요시 또한 그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고등학교 시절 무리해서 투구한 사실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역시, 포기해야겠지. 키요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어느 스카우터가 그를 찾았다.
덧붙임
제목이 저런 건 응원하는 팀의 오늘 야구 경기가 정말 막막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두 사람이 속한 팀은 쿠로바스 캐릭터들이 한데 모인 야구팀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트위터에서 가볍게 썰을 풀 때 포지션도 대강 정해뒀던 것 같아요. 포수만 못 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투 : 미도리마, 히무로, 휴가, 키요시
타 : 카사마츠(SS), 쿠로코(2B), 키세(CF), 무라사키바라(DH), 아오미네(RF), 카가미(LF), 타카오(1B), (미정)(C), 이마요시(3B)
그리고 아카시님은 구단주. 직관 올 때마다 팀이 승리해서 승리요정 아카시 세이쥬로라고 불리면 좋겠습니다 ^0^) 마유유는 프런트 홍보팀 직원.
그리고 키요시는 팔꿈치가 망가져서 입단한 직후부터 2년 동안 수술과 재활, 치료에 전념했다는 설정…입니다. 아래쪽의 글이 그 원인부터 써볼까~ 하고 시작했던 건데...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하생략)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쿠로코의 농구가 아니라 쿠로코의 야구를
여담이지만 저 개막전은 정말 이겼고, 키요시는 승리 후 하는 인터뷰에서 가장 고마운 선수로 무라사키바라를 꼽았다고 합니다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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