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셉션 AU
* 원작 기반 10년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 글의 주요 소재 및 전개 방식은 영화 《인셉션》에서 차용하여, 취향대로 가공하였습니다.
Chapter 1 (1)
카이조(海常) 고등학교.
카나가와에 있는 고등학교로, 스포츠 분야에서 특히 더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카이조의 농구부는 여타 다른 운동부보다도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고, 그 실력 또한 유명세에 걸맞게 뛰어나다. 더불어 선후배간의 관계도 돈독하다.
그 중에서도 사이가 가장 좋다고 알려진 것은 기적의 세대 중 하나인 키세 료타가 있던 해의 1군 레귤러들이었다. 비록 키세 료타는 어떠한 일을 이유로 단 1년 만에 농구부 활동을 그만두었다고 해도, 그와 함께 코트 위를 뛰었던 이들은 그 이후에도 농구를 계속 했기 때문에 가깝게 지내지 않을 이유가 없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로 진학한 뒤에도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또는 학기 중의 긴 휴일.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그들 다섯은 모두 도쿄의 대학이나 도쿄에서 가까운 대학에 진학했기에 모이는 데에도 딱히 큰 문제는 없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그 모이는 횟수가 조금 줄어들기는 했어도, 아주 안 모이는 것은 아니었다. 특별한 일이 있거나, 아니면 다 같이 모여 휴가를 갈 때, 그럴 때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모이고는 했다. 그러니까 지금과 같이 말이다.
“오, 뭐야. 나 빼고 다 와 있었네?”
코트 깃을 잔뜩 세우고 카페 안으로 들어온 남자―모리야마 요시타카는 카페의 가장 안쪽에 앉아있는 네 사람을 보며 그들 쪽으로 다가갔다. 마침 옆 테이블이 비어 있어서 그는 그 테이블의 의자 중 하나를 끌어다 네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테이블의 빈 곳을 찾아 앉았다.
“뭐야, 너네 전부 지금 굉장히 심각한 표정인데, 무슨 일이라도 있냐?”
“카사마츠 선배가 얘기해 주실 겁니다. 저희도 방금 듣게 된 이야기라, 선배에게 정말인지 다시 묻고 있었어요.”
“그래? 대체 무슨 얘긴데 그래? 나카무라 너도 그렇고, 하야카와도 조용하고, ……뭐야, 코보리, 너까지?”
모리야마는 퍽 놀란 듯한 기색으로 테이블 주위에 앉은 사람들을 모아보았다. 나카무라나 하야카와는 둘 모두 가끔가다 쓸데없는 일에 진지해지는 일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코보리는 그럴만한 사람이 아닌데. 그는 턱을 매만졌다. 그 사이 자란 수염이 손끝으로 조금 걸렸다.
그는 눈을 돌려 자신들 중 가장 진지하게 앉아 있는 그들의 옛 주장, 카사마츠 유키오를 보았다. 오늘따라 미간 사이의 주름이 더 깊어보이는 건 내 착각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모리야마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 마실 거 사올 테니까, 카사마츠. 표정 좀 풀고 있을래? 그렇게 있다가는 우리를 보고 다가올 운명의 그녀도 금방 등을 돌리고 가 버릴 것 같으니까.”
“운명의 그녀는 무슨……. 갔다 오기나 해.”
“뭐야, 이제 말하네. 어어, 얘기는 그 때 들을 테니까.”
의자가 덜컹대며 바닥에 밀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어느새 벗은 코트를 의자의 등받이에 잘 걸어두고,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카운터 쪽으로 향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는 거지? 모리야마는 휘핑크림을 가득 올린 카페모카를 주문한 뒤, 그의 음료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다시 테이블의 분위기를 살폈다. 다른 때라면 벌써 이런저런 이야기로 꽤나 시끄러웠을 텐데, 오늘은 심지어 조용하다. 그 하야카와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걸 보니, 무언가 정말 심각한 일이 있는 건 분명하다.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은 그의 부탁대로 테이크아웃용 컵 위에 휘핑크림을 가득 올려주었다. 모리야마는 그답지 않게 어떠한 작업 멘트도 없이 고맙다는 인사만을 건네며 컵을 받아들었다. 너무 달면 카사마츠 좀 줘야지. 그는 얇은 막대도 하나 챙긴 뒤 다시 테이블로 돌아갔다.
“그럼 이제 얘기해줘. 뭐야?”
“그 전에 모리야마, 하나만 묻자. TV에서 본 거 말고, 키세에 대해서 사적인 이야기나 다른 이야기나, 뭐 들은 거 있어?”
“지금까지?”
“어, 지금까지.”
키세 료타. 카이조 고교 농구부의 에이스이자 그들 모두의 후배 였던 이다. 지금은 아무런 인연조차 없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친했던 너도 들은 게 없었는데 내가 들은 게 있었겠냐. 키세는 왜.”
카사마츠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 뭔데, 대체. 모리야마는 이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단정한 모리야마의 눈매가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화를 달래기 위해 카페모카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사이로 카사마츠에게 자신이 이야기한다고 말하는 코보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뭐가 됐든 말 좀 해줘라, 이제. 모리야마는 자신도 한숨을 크게 쉬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꾹 눌렀다.
모리야마, 그러니까. 그는 듣고 있다는 표시로 고개를 한 번 까닥였다.
“그제, 키세의 기획사에서 카이조 농구부로 연락이 왔대. 키세가 농구부에 있었을 때 함께 뛰었던 사람들이 누군지 알고 싶다고.”
“키세가? 우리를?”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모리야마가 반쯤 얼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코보리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카사마츠 말로는 가능하면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하더라고……. 타케우치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셨다고 했으니, 사실이겠지.”
“걔가? 지금에 와서 왜?”
“그걸 모르겠어. 카사마츠도 들은 건 하나도 없다 그러고, 카사마츠가 그랬으니 우리도 당연히 모를 수밖에.”
그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고는 습관처럼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평소와 달리 바짝 말라 있어서, 모리야마는 그 또한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래서.”
그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두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카사마츠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카사마츠를 제외한 네 사람의 눈이 모두 그에게로 몰렸다. 아직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모리야마는 다시 카페모카를 마셨다. 괜히 목이 탔다.
“사실은 여기서 키세의 기획사 사람이랑 만나기로 했어.”
“예?”
“뭐?”
얼빠진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카사마츠의 말은 생각보다도 더 큰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리야마는 그저 눈을 껌벅대며 자신의 동창이자 옛 주장인 친구를 보았다. 게다가 기획사 직원이면, 보통은 여자가 아닌가. 그 카사마츠가 여자랑 통화를 했다고? 약속까지 잡았어? 다른 이들과는 놀라는 포인트가 살짝 달랐지만, 그 덕분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모리야마가 되었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 조금 전보다도 더 눈을 찡그리고 있는 친구에게 물었다.
“여자랑 말도 못 섞는 카사마츠가 약속을 잡았다고?”
“저…전화로는 가능하거든, 이제! 넌 이 와중에도 그게 중요하냐?”
“아니, 그냥 좀 놀라서. 그나저나 약속 시간이 곧이라고? 넌 그런 얘기를 왜 지금 하는데!”
“하려고 했는데 네가 늦게 왔잖아.”
카사마츠가 반쯤 짜증을 섞어 내뱉은 말에 모리야마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늦은 것은 자신이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던 것이다. 게다가 카사마츠의 말로 따지자면 자신 덕분에 다른 이들도 그런 중요한 사실을 지금에야 알게 된 것이었으니까. 결국 그는 고개를 조금 숙이며 미안하다고 힘없이 대답했다.
“그래서…… 혹시 약속을 잡았다는 직원분이 저 분이야?”
모리야마의 사과 이후로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던 침묵을 깨트린 것은 카사마츠의 맞은편에 앉은 코보리였다. 때마침 그는 카페의 출입문이 잘 보이는 위치에 있어 들어오는 사람들을 모두 지켜볼 수 있던 것이다. 코보리의 말에 카사마츠의 고개가 반 정도 돌아갔다.
“전화상으로 들은 걸 떠올려보면 맞는 것 같…은데.”
“야, 코보리, 얘 벌써 굳었어.”
“어쩔 수 없지. 하야카와, 카사마츠랑 자리 좀 바꿔줄 수 있어? 가장 멀리 앉혀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소리를 낮췄다지만 제법 시끄러운 대답과 함께, 하야카와와 카사마츠가 자리를 바꿔 앉았다. 그와 함께 여성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제법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카이조 고등학교 분들 맞으시죠?”
모리야마는 그렇다고 말하며 그녀를 능숙하게 에스코트하여 자연스레 그의 옆자리에 앉게 했다. 더불어 그 자리는 카사마츠와도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라, 이후의 대화를 이어나갈 때에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이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다시금 카이조 고교에 다녔던, 정확히는 카이조 고교 농구부의 레귤러였던 사람들인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또한 지금 이 내용은 어디에 가서도 말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한 뒤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손님이 많이 없는 카페인데도 목소리는 한껏 낮춘 채였다.
“제가 이렇게 만나자고 부탁한 이유는요…….”
그녀는 그러한 말로 첫 마디를 뗐다. 모리야마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는 곧 그녀가 두 번째 문장을 끝맺자마자,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다. 고작 두 문장 안에 들어있는 사실이 퍽 충격적이었던 탓이다. 눈을 살짝 돌려 카사마츠나 다른 사람들을 보니 그들 또한 자신과 거의 같은 생각인 듯 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목소리를 죽여 질문했다.
“제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묻고 싶은데요.”
“제대로 들으신 게 맞아요.”
그녀는 확고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것에 도리어 질문한 모리야마가 살짝 움찔대며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런 건 키세에 관련된 루머가 아니었나? 그는 다른 이들을 눈으로 훑었다. 그들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거의 다가 놀란 듯한 얼굴이었다. 굳어있는 단 한 사람, 카사마츠를 제외하자면 말이다.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내쉬고 모리야마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카페의 배경음악이 적막함 사이를 느리게 채웠다.
“……기억상실이요? 그 키세가?”
“네, 지금 잠시 활동을 중단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에요. 고등학생일 때 학교를 그만둔 것도 그 때문이었고요.”
그녀의 대답은 조심스러웠으나 단호해서, 모리야마는 그 말이 도무지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것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모두가 그랬다.
그녀는 모리야마나 다른 사람들에게서 더 이상 질문이 나올 것 같지 않자, 다시 이야기를 한다며 입을 열었다.
“고등학교를 그만 둘 당시에는 키세의 사고 소식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았어요. 활동이 바빠 학업에 지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만 둔다고만 했었고, 농구부 쪽에는 언급을 부탁한다고만 했었던 것 같네요. 벌써 10년 쯤 된 일이라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이게 맞을 겁니다.”
그녀는 차근히 이야기를 풀어갔다. 키세가 고등학교를 자퇴하게 된 이유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기억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시도를 했지만 그 중 어느 것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 고민 끝에 키세와 같은 부 활동을 했던 사람들을 찾아 부탁해보기로 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사실까지.
그녀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그들 중 누구도 손을 들거나 하여 말을 끊지 않았다. 약 이십분 동안 그녀는 키세 료타의 십년을 거의 완벽하게 정리하여 그들의 앞에 내보였다. TV나 잡지 등 공개된 매체에서는 전혀 보거나 들을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로 꽉 찬 이야기였다.
심호흡 소리가 크게 들렸다. 테이블 주변에 바짝 붙어 모여 앉은 사람들의 눈이 소리의 진원지로 향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카사마츠 유키오, 여자 앞에서 굳는 버릇을 십수 년째 고치지 못한 비운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뒤늦게나마 손을 들었다. 굳었다는 것이 확실히 보이는 움직임이었지만, 무엇인가 물어보고 싶다는 것만큼은 굳어 있는 얼굴 위에도 드러나 있었다.
“그래서, 저희…에게 정확히 부탁하고 싶은 게 뭡니까?”
“어머, 그 이야기를 안 드렸네요.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았을까요.”
그녀는 미안하다는 듯 웃고는 카사마츠의 물음에 마저 대답했다.
“키세의 기억을 찾는 걸 도와주셨으면 해요. 사례는 하겠습니다. 도와주신다고 하면 나머지의 일은 저희 쪽에서 알아서 진행해드릴 수 있어요.”
“어느…… 정도 입니까.”
“정말로 그 외의 모든 일이에요. 그러니까… 몸만 오면 되는 정도라 생각하는 게 편하겠네요.”
그 말에 더 이상 카사마츠의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들 무리의 리더 격인 그가 그렇게 행동하니, 다른 사람들 또한 말을 꺼내기 어렵게 되었다. 간간히 음료를 홀짝이며 마시는 소리를 빼고는 다섯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는 한동안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투명한 유리컵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반 정도 홀짝 들이킨 카사마츠가 무언가를 굳게 결심한 듯 말했다. 말의 시작과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동시에 겹쳐 울렸다. 마치 선고를 내리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저희끼리 다시 이야기를 해 보고…… 연락, 드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아직 못 결정하신 건가요? 이미 결정하셨을 거라 생각하고 찾아 뵌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
“이런 중요한 이야기는…… 다 같이 듣고 결정하는 게 제 방침이라서. 늦…어도 오늘 안, 으로는 연락 하겠습니다.”
그 대답에 그녀의 얼굴 위로 안도의 빛이 스쳤다. 그녀는 시간을 확인하고, 곧 바삐 가보아야 할 곳이 있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히 가세요! 마지막의 인사는 모리야마 담당이었다. 그는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려는 것 마냥 퍽 활기찬 목소리로 그녀를 배웅했다.
덧붙임
황립인데 황립이 만나지 못하고 있네요… orz
대운동회 신간 원고입니다. 웹 공개는 챕터 1까지 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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